2020. 11. 10. 21:15ㆍ여행 정보
산과 들과 바다 곳곳마다 풍년의 기쁨을 맛보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 계절, 가을이다.
‘올 한해도 수고했다’ 말해주는 것만 같아
선물처럼 느껴지는 한 그릇.
금방 수확한 재료로 요리하고 정성 가득 채운 가을 밥상이
눈과 코와 입과 마음마저 좋아지게 하니
이보다 더한 보약이 무엇일까?
이 계절의 맛을 가족과 정겨운 이웃과 함께하니 더 즐거운 가을이다.
1부. 마음이 허기질 때, 절밥
국화꽃이 흐드러지게 감싸 안은 동자암은
가을바람마저 달콤한데,
산성 안 곳곳에 꽃 정원을 만들어두신 보리 스님의 덕분이다.
아홉 고개를 넘어야만 도착하는
금성 산성 안 유일한 집이자 암자인 동자암은
전기도 수도도 없어 약수터에서 물을 길어다가 쓰는 등
불편이 많은 곳이지만
사람들은 무슨 연유에서인지 이곳에 찾아들고
스님은 그들을 위하여 제철의 토란을 캐서 탕을 끓이고
토란 반죽에 국화를 올려 화전을 만들어낸다.
가을의 꽃향내 진동하는 금성 산성 속 동자암으로 떠나보자.
2부. 손끝 맛 보실래요
높고도 깊은 지리산의 한 기슭에는 올해도 감이 풍년이다!
높은 산자락의 차가운 바람으로 얼었다가 녹기를 반복해
단맛이 한층 높다는 지리산 산청의 감은
이창우 씨 부부에게 더없이 고마운 가을의 선물이다.
이웃과 함께 감을 수확하고 깎아
그의 황토집 2층 덕장에 널고 나면
창우 씨는 아내와 이웃을 위해 제철의 재료를 듬뿍 넣어
이 동네만의 가을 특식을 만들어낸다.
창우 씨의 손끝에서 완성된 가을 한 그릇은
가을걷이 후의 고단함은 날아가게 하고,
다가오는 겨울을 잘 날 수 있도록 몸에 힘을 준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스님의 곁에서 염불하는 개의 소리에 이끌려 들어선 곳, 연동사다.
그곳에서 선행 스님과 절순이와 연백이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함께하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식감이 가장 좋다는 가을 작물을 따다가
스님의 손끝 맛이 어우러진 가을 한 그릇을 맛본다.
스님이 그러하셨듯 그 맛은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을 만큼 황홀하다.
3부. 내 친구네 집밥
불어오는 강바람이 그 맛을 더해주는 가평의 잣나무 숲속.
그곳에 그림 같은 집이 있다.
가을이 오면 정겨운 친구들을 초대해서 잣을 따고,
가을 산이 내어주는 재료를 채취한다.
없는 게 없다는 보물창고 같은 뒷마당에서
비법을 첨가해 더 맛있다는 장을 퍼와
솥뚜껑에 특별한 음식을 만든다.
텃밭에서 제철 호박을 따서
샛노랗게 예쁜 색의 호박 식혜를 만들어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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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 전어와 꽃게의 계절을 맞은 천수만에서 유춘근 씨를 만났다.
바다에 나가 꽃게와 전어를 배에 한가득 싣고 돌아오면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한다.
유자망으로 잡아 비린내가 덜한 꽃게로 탕을 끓이고
화룡점정 전어구이가 그 향을 온 마당 가득 채운다.
가을철 찰나의 맛을 즐기는 그들은 행복하다.
4부. 네 덕에 힘이 난다
전남 무안은 지금 배추 풍년이 들어서
수확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동네의 김치엔 특별한 재료가 들어간다는데,
그 비법은 무엇일까?
김장이 끝나갈 무렵,
연잎 향 은은하게 밴 수육 냄새가 콧가를 맴돌면
배추겉절이를 내어 이웃과 함께하니 오늘도 참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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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회지 생활을 하면서도
늘 마음속에는 고향 집과 대추나무를 생각했다가,
은퇴 후 아내와 함께 봉화 산속으로 돌아왔다.
사람 손길이 멈춰 풀숲을 이룬 곳을
수년에 걸쳐 일궈내고 다시 토종 대추나무를 길러냈다.
이 가을에 수확한 대추와 도라지를 넣고 만드는
부부만의 겨울나기 음식이 있다는데 무얼까.
온갖 가을 나물을 캐서 만들어 낸 한 끼는
대추 털이 후의 피곤함을 날아가게 한다.
5부. 즐거워서 더 맛있다
고향인 충주로 돌아와 4대째 이어 내려오는 한옥을 지키고
부모님이 기르시던 사과나무를 다시 키워낸다.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많아
당도 높고 맛있기로 유명한 충주 사과는
그만큼 정성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막바지 작업으로 바쁘다.
작업을 끝낸 부부는 가을의 사과와 옥수수를 수확해다가
사과 발효액을 담그고 사과 팝콘을 만든다.
고소한 팝콘 향과 함께 웃음이 팡팡 터진다.
서해에서 주꾸미가 가장 많이 몰려드는 홍원항 앞바다에는
가을 주꾸미를 잡기 위한 사람들이 모인다.
주꾸미 낚시를 위해
새벽부터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여행객들은
출렁이는 파도에도 멀미 나는 줄 모르고
줄줄이 올라오는 주꾸미에 즐겁다.
잡아 올린 주꾸미를 넣어 주꾸미 철판 볶음으로 배를 채우면
이보다 더 무엇이 필요할까!
출처 : EBS 한국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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